내일신문 | 위기 및 가출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만세’
눈살 찌푸리기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시작할 용기를!
2015-05-18 10:58:32 게재
박정훈(17·가명)군은 가정의 불화, 학대, 폭력 등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었다. 제대로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고 한글조차 잘 알지 못할 정도로 가정으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박군은 지역주민의 도움으로 사단법인 청소년만세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쉼터에 입소하게 되었다. “그냥 따뜻한 곳에서 자고 밥 먹을 때 먹고 씻고 싶을 때 씻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입소 후 청소년쉼터에서 밝힌 박정훈군의 바람이다.
마냥 밝고 천진하기만 한, 어쩌면 그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지와 배려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 하지만 그것이 남들 이야기인 아이들이 있다. 배려도 이해도, 더 나아가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그저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이다.
보호받고 응석을 부리고 싶었으나 세상에 던져졌고, 어떻게 부딪쳐야 하는지 모르기에 문제를 일으키고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결국 그들에게 찍히는 낙인은 ‘문제아’. 벗어나는 방법을 모르고, 보호해줄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낙인은 점점 더 깊어진다.
청소년쉼터 및 충남교육청 인가 대안학교 운영 =
사단법인 청소년만세(이하 청소년만세)는 흔히 ‘문제아’라 불리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위기 및 가출청소년을 위해 설립된 청소년복지지원단체로, 2002년 가출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청소년쉼터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청소년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천안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쉼터는 단기여자쉼터, 단기남자쉼터, 중장기남자쉼터로 분류해 가출청소년들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기쉼터는 최장 9개월, 중장기쉼터는 최장 3년까지 머물 수 있다.
그동안 쉼터를 이용한 청소년들은 3370명. 청소년만세를 거쳐 간 많은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학교로, 또는 사회로 복귀해 이전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학교부적응청소년을 위한 공교육의 대안으로 2003년 천안대안학교를 설립했고, 이후 충청권역에서는 최초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위탁형 대안학교(충청남도교육청 위탁)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23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자신이 다니던 학교로 복귀하거나 졸업장을 취득하도록 지원해왔다.
지난해부터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대안학교의 폭을 넓혔다. 다문화 자녀 대상 대안학교는 지난 4월 충남교육청의 위탁을 받은 상태로, 현재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찾아온다는 것은 나아지고 싶다는 의지 보이는 것” =
청소년만세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고 가출을 하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을 굳이 지원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현상의 결과만 본다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쩌면 피하고 싶은 아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만세는 위기 및 가출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아이들 개별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문제 상황에서 찾는다. 보호받아야 하고 미래를 위한 희망을 가져야 함에도 방치되어 문제행동이 나왔다면, 결국 그 아이들의 문제상황은 사회가, 어른들이 보듬어야 한다는 것. “정훈이는 사회가 이야기하는 비행청소년도, 학업부적응청소년도 아닙니다. 단지 가정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을 받지 못한 소외된 청소년일 뿐입니다. 청소년쉼터를 찾아온다는 것은 도움을 받아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 달라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에요. 결심했다는 것부터가 큰 용기고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만세 염지혜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더욱이 몇 년 전부터 청소년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현실은 어른들이 바라는 것처럼, 혹은 TV 드라마에서나 보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좋은 대학에 가는 학생들만 있는 세상이 아니다. 실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학업중단청소년이 20만 명이 넘는다. 하루 200여명의 청소년들이 학업부적응의 이유로 학교를 이탈하고 있다는 것. 또한 여성가족부는 중고생 10명 중 1명은 가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남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아이, 내 이웃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 갖고 지켜보면 온전히 걸어가는 아이들 =
청소년쉼터와 대안학교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학교폭력, 절도, 왕따 등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청소년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청소년만세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가정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통해 아이들이 가정에 복귀해 건강하게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만일 가정의 기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쉼터의 지원을 통해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되도록 한다.
2002년 설립해 운영해온 지 13년. 청소년만세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통해 운영해오고 있다. 쉼터의 경우 보조금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먹고 입고 쓰는 청소년들을 넉넉하게 채워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또한 마음을 잡고 검정고시 등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대학등록금 등도 절실하다. 지난 13년간 실제로 어려움을 딛고 대학에 진학한 사례도 있다. 염 사무국장은 “거칠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다시금 일어설 힘을 내서 뒤늦게 꿈을 찾아 노력하거나 아이들 스스로 가정의 회복을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돕고 싶고, 그래서 많은 후원인들의 따듯한 관심을 많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후원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청소년만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